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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줄거리 리뷰, 온 생을 걸고 복수의 길을 가는 여자의 이야기

by 트리나 2023. 1. 3.

공개된지 이틀만에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분 세계 5위라는 기록을 세운 드라마 <더 글로리>. 송혜교를 원톱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김은숙 작가가 극분을 쓰고 안길호 감독이 연출한 이 드라마의 인기가 고공행진 중입니다. 저도 남편의 추천으로 1편을 함께 봤는데 결국 멈추지 못하고 8편까지 쭉 보게되었어요. 총 16부작이고 현재 공개된 에피소드는 8편입니다. 나머지 9~16부는 3월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벌써부터 3월이 기다려지네요! 오늘은 화제의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줄거리에 결말이 포함되어있으니 주의해서 봐주세요!

줄거리- 그러니까 연진아, 빨리와

태어나보니 금수저, 연진의 삶에 재미라고는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처한 같은 학교 학생들을 괴롭히는것 밖에 없어보인다. 그 옆에서 함께 나쁜 일을 공모하는 무리 중에 같은 금수저인 재준, 사라, 그들과 함께지만 계급은 나누어져있는 병오와 혜정이 있다. 미혼모의 손에 자라 인생에 따뜻함이라고는 느껴본 적 없는 듯한 가여운 동은. 연진 무리로부터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끔찍한 폭력에 시달린다. 선생님도 동은의 편이 아닌 것 같다. 도망칠 곳이라고는 없어보이는 막막한 현실. 세상의 끝에 서 있는 동은. 끝날것 같지 않은 이 겨울에서 동은은 결심한다. 그녀의 꿈은 이제 연진이다. 학교를 자퇴한 뒤 남은 10대, 20대, 30대의 시간을 모두 복수를 위해 보낸다. 온갖 궂은 일을 하며 돈을 모으고, 틈틈이 공부를 해서 초등학교 교사된 동은. 그럴듯한 직업에 재벌 남편을 만나 승승장구하던 연진에게 말캉하고 선한 딸이 태어났다. 동은의 운동장에 연진의 딸이 들어오기까지... 단 한 줄의 우연없이 동은은 이 미래를 설계해왔다. 

더디지만 성실하게 복수를 향해 가던 동은에게 여정과 현남이라는 조력자가 나타난다. 현남은 가정폭력 피해자. 의외의 능력캐릭터인 현남, 겨울같던 동은의 삶에 따뜻한 커피처럼 다가와준 여정의 도움을 받아 동은은 계획을 하나 둘 실행한다. 가장 먼저 방관자였던 선생님이 죽었고, 가진 것이라곤 목숨밖에 없던 명오도 희생되었다. 약에 취해 하나님을 능욕하며 살던 사라는 가방 가득 달러를 채워 동은에게 갖다바치는 신세가 되었고, 재벌가 사모님이 되고싶던 혜정의 앞날은 동은의 손에 달렸다. 연진의 딸 예솔이 사실은 자신의 딸이었단걸 알게된 재준 역시 동은이 짠 설계에 이용될 예정이다. 바둑을 무기삼아 연진의 남편 도영에게 접근한 동은은 그에게 불안과 의심을 심어준다. 안개속에 숨어있다가 점점 그 모습을 선명하게 드러내는 동은의 존재가 연진의 숨통을 점점 조여온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피해자들의 연대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한 동은을 보며 시청자들은 가여운 마음을 느꼈을 것입니다. 동시에 아무런 잘못이 없는 그녀에게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무리들에게 깊은 분노했을거라 생각해요. 심지어 선생님조차도... 동은의 편이 아닙니다. 가정이 무너졌다면 최소한 학교에서라도 아이를 보호해줬어야 하는데, 담임이라는 사람은 방관을 넘어서 오히려 폭력을 가하는 또 다른 가해자일 뿐이었습니다. 요즘엔 덜하겠지만 저의 학창시절만 해도 저런 교사들이 꽤 많았습니다. <더 글로리>와 관련된 댓글 중에 교사에 대한 분노 섞인 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꽤 많더군요. 

동은의 조력자 현남과 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현남은 매일 술에 취해 자신과 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과 함께 삽니다. 신고가 접수되어도 별다른 조치가 내려지지 않아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법의 사각지대 아래 매일매일 몸과 마음에 피멍이 든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온실속의 화초처럼 자랐을 것 같은 여정에게도 탈출구는 없어보입니다. 자기 아버지를 살해한 싸이코패스 범죄자로부터말이죠. 의사인 본인이 칼로 찔러 피범벅이된 피해자의 허상과 매일 함께 살아가야합니다.

드라마 중간에 동은의 독백이 흐릅니다. "가끔 궁금해 연진아, 피해자들의 연대와 가해자들의 연대는 어느 쪽이 더 끈끈할까?" 이 질문이 유독 마음에 와서 박혔습니다. 가해자들의 연대는 얼핏 흐릿해보입니다. 그들은 우선 망각하고 있거든요. 그들이 저질렀던 악행을... 하지만 더 끈끈해 보일지라도 피해자의 연대는 위태롭습니다. 그들은 스스로를 갉아먹는 복수를 할 수 밖에 없으니까요. 여정의 말대로 복수가 끝난 뒤 동은에게는 폐허만 남을 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은은 나아갑니다. 용서는 없고, 그래서 그 어떤 영광도 없을... 그 복수의 길을 갑니다.

 

 

 

<더 글로리> 다시 보고싶은 장면들

동은의 트라우마와 안타까운 과거

동은의 트라우마 상황과 어린시절이 연결되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카메라 셔터에 기겁을 하며 오버랩되는 과거의 기억, 삼겹살 굽는 소리에 떠오른 고데기로 살이 지져지던 고통의 순간... 특별할 것 없는 일상속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지옥같던 순간들이 온통 동은의 삶에 퍼져있습니다. 이 장면들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성인이 되어서도 얼마나 몸과 마음의 고통속에 시달리는지 잘 보여줍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 마주친 가해자 사라는 피해자였던 동은의 이름조차 헷갈려하죠. 가해자는 본인의 과거 행동을 망각합니다. 연진은 심지어 그때 동은을 따돌릴 것이 아니라 죽여버렸더야 한다는 악담을 퍼붓습니다. 재준도 동은의 화상흉터에 입김을 불어넣으며 피해자를 농락하는 모습을 보여주죠. 감옥에서 매일같이 피해자를 조롱하는 내용을 담아 편지를 보내던 싸이코패스 강영천 역시 전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가해자는 모든 걸 다 잊고 편안하게 살지만, 피해자는 죽을 때까지 그 고통을 끌어안은 채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 모두 가해자이자 피해자였을 순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피해가 아픈만큼 내가 조금이라도 누군가에게 가해를 했다면 그 사실 역시 잊지 않고 가슴에 새겨야 하지 않을까요?

기원에서의 도영과 동은

개인적으로 또 다르게 인상깊었던 장면이 있습니다. 도영이 동은을 찾아갔던 기원에서 두 남녀가 마주치는 장면입니다. 묘한 감정을 느끼며 찾아간 기원에 동은이 없자 헛웃음을 짓고 돌아서는 도영. 그의 앞으로 등장해 스쳐지나가는 동은과 그 순간 흘러나오는 배경음악, 눈빛이 변한 도영과 그의 뒤에 있는 벽에 붙어있던 '불조심'이라는 표어까지... 정말 "와, 미쳤다!"를 외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습니다. 바둑에는 관심도 없고 순간순간 천박하기까지 한 그의 아내와 달리, 기원의 고수들을 다 이기고 도도하게 갈 길을 가는 동은에게 도영은 분명 흔들린게 아닐까요? 동은은 복수의 끝에 연진의 곁에 아무도 남아있지 않기를 바랐고, 그 계획에 도영은 단단히 말려들어간 것 같습니다.

 

먹지도, 웃지도 않는 동은

드라마에서 동은이 먹는 음식이라곤 김밥 뿐입니다. 그리고 웃지도 않습니다. "웃다보면 잊어버릴까봐요"라는 동은의 대사에서 알 수 있듯, 그녀의 삶에 있어서 복수는 그녀의 존재 이유 그 자체입니다. 영양실조로 길에서 쓰러질 정도지만 여전히 김밥만 먹는 동은. 모든 돈은 오직 복수만을 이해 모아두었습니다. 반면 조력자 현남은 웃음이 많은 여자입니다. 매맞는 여자이지만 '명랑'하거든요. 마치 재미있는 놀이를 하듯 연진과 그 일당의 뒤를 밟습니다. 경계심을 늦추지 않으려는 동은에게 현남은 해맑게 달걀과 김치를 건넵니다. 동은에게 다른 음식을 권하는 사람은 또 있습니다. '교대커피'를 들고 바둑을 두러오는 여정이죠. 현남과 마찬가지로 여정은 동은을 웃게합니다. 연애를 하자며 한 순간 동은을 활짝 웃게까지 합니다.

물론 그럴수록 더 단단하게 복수에 대한 의지를 불태우며 마음의 빗장을 걸어잠그는 동은이지만 조력자들은 아마 계속 동은에게 음식을 권하고, 또 그녀를 웃게할 것 같습니다.

 

 

 

<더 글로리> 다시 듣고싶은 명대사

-침묵속에서 맹렬하게

-"꿈인가?" "이거? 꾸민다고 꾸민거야"(웃음포인트)

-"어부야?"(웃음포인트2)

-근데 그땐 저도 죄가 없었거든요

-오늘부터 모든 날이 흉흉할거야 자극적이고 끔직할거야

-용서는 없어, 그래서 그 어떤 영광도 없겠지만

-여기까지 오는데 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어

-내 몸은 이미 망가뜨렸고, 내 영혼도 부서트렸고, 니가 뭘 더 할 수 있는데?

-난 왕자님은 필요없어요. 나랑 같이 칼춤 춰 줄 망나니가 필요하거든요

-뜨거운걸 몸에 왜 데? 그럼 혼나야 돼 (맞아 예솔아)

-없는 것들일수록 가족이 제일 큰 가해자야(맞는 말이라 슬프다...)

-큰일 나 사라야, 이판사판은 원래 불교 용어야(웃음포인트3)

-난 분노와 악에 더 성실하고 싶거든요

-나도 누군가의 딸이었거든? 재준아? (보고있나? 가해자들?)

 

개인적으로 와닿은 대사들입니다. 여러분은 어떤 대사가 기억에 남으시나요?

 

 

떡밥회수, 3월에 다 공개되는 건가요?

경란, 그녀는 왜 여전히?

넷플릭스에 공개된 8편을 다 보면서 몇 가지 의뭉스러운 장면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먼저, '경란'이 궁금했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동은이 자퇴한 다음 연진 일당의 피해자가 된 인물이 경란이었는데요. 어쩐일인지 성인이 된 후에 경란은 여전히 연진의 곁에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연진의 딸 예솔이 색맹이라는 것도 알고 있는 눈치입니다. 화면에 잡히는 그녀의 알 수 없는 표정은 남은 스토리 속 경란의 역할이 무엇일지 기대하게 합니다.

 

추선생, 당신은 누구시죠?

세명초등학교에서 나름대로(?) 빌런을 맡고있는 것 같은 추선생. 이사장과 동은의 사이를 의심하며 어줍짢게 동은을 압박해보지만, 급이다른 그녀의 기에 제대로 눌린것 같은 추선생입니다.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조력자로 충분한 이 드라마에 갑자기 추선생의 등장은 어떤 의미일까요? 갑자기 왜 시비를 거는지? 아마 동은에게 예상 외의 어려움을 안겨줄 인물 같은데 그의 후반기 활약이 궁금합니다.

 

에덴빌라의 건물주 할머니, 그녀는 뭔가를 알고있다?

연진의 집이 훤히 내려다보인다는 이유로 에덴빌라에 살고자 했던 동은. 옥상에서 건물주 할머니와 마주치고 서로 나눈 대화가 의뭉스럽습니다. 주변 시세에 비해 싸게 내놓은 이유를 묻자 "선생 월급 얼마한다고"라고 대답한 할머니. 하지만 그 전엔 동은이 교사인걸 몰랐지 않느냐고 되묻는 장면이 나왔죠. 저만 이부분이 이상했나요? 첫 장면에서 나팔꽃 이야기를 하며 마치 모든걸 알고있다는 듯한 말투로 등장하는 이 할머니가 더 궁금해집니다.

 

무당집, 그냥 무당집이 아니었어?

연진의 엄마와 신영준이 주기적으로 만나는 무당집. 유독 젊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이 집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드라마 말미에 신서장이 마치 성매매를 하는것 같은 장면이 나오는데 그 때 여자의 가방과 무당집에서 점을 보고 나온 여자의 가방이 일치합니다. 도대체 그곳은 뭘 하는 곳일까요? 여기서 벌어지는 말도 안되는 사건들은 동은의 복수계획과 어떻게 연관 지어질까요?

 

 

 

배우분들의 연기가 워낙 훌륭해 드라마에 더 빠르게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상황을 깊이 꿰고 있는 통찰력 있는 대사와 인물들의 혼란스러운 내면을 잘 보여주는 연출들... 얼른 3월이 되어 신명나게 칼춤을 추는 동은을 만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