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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LY IN PARIS 3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3, 재미있지만 조금 혼란스럽습니다

by 트리나 2022. 12. 23.

에밀리와 사부아르, 그리고 실비 크루의 앞날은?

넷플릭스 시리즈 <에밀리 파리에 가다>가 시즌3로 돌아왔습니다. 시즌2의 기억을 떠올려 볼까요? 에밀리의 새로운 남자 앨피와의 에피소드가 등장합니다. 다소 무심하고, 무례한 첫인상의 이 남자는 위트와 섹시함으로 자연스럽게 에밀리와 코드를 맞춰갑니다. 하지만 여전히 에밀리는 가브리엘에게 마음이 있는 듯한 모습이죠. 친구 카미유와 의리의 -둘 다 가브리엘을 만나지 않기로 한- 조약을 지키기 위해 애써 마음을 돌렸지만, 보란듯이 조약을 깨버리는 카미유의 모습이 당황스럽기도 합니다. 한편, 시카고의 본사에서 메들린이 파리로 왔고 그녀는 오자마자 사부아르를 이리저리 헤짚으며 실비의 심기를 건드립니다. 미국과 프랑스의 문화 차이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서양의 문화를 잘 모르는 한 동양인이 보기엔 메들린과 실비는 상극인 것 같군요. 사사건건 부딪히며 갈등이 생기는 상황에서 실비는 그녀의 크루(줄리앵과 뤼크)와 함께 사부아르를 떠날것을 선언합니다. 그러면서 에밀리에게 함께 나가자고 제안하죠.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양다리를 걸치게 된 에밀리, 과연 그녀의 선택은?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3> 줄거리 - 일과 사랑, 사랑과 일

런던으로 돌아갈 줄 알았던 앨피는 앙투안의 제안으로 파리에 남아 일을 하게 됩니다. (이쯤되면 에밀리의 남자들은 죄다 앙투안이 잡아두는군요?) 에밀리에게 사랑의 확신을 받지 못한 상태로 애매하게 끝나버린 둘의 관계. 하지만 앨피가 떠난 뒤 에밀리는 그에 대한 마음이 생각보다 컸다는걸 깨닫게 되고, 재회했을 때 제대로 잡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나봅니다. 대중들의 앞에서 용감하게 앨피를 향한 세레나데를 불러 그를 사로잡죠. 사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던 에밀리를 미워하던 사람들도 이 장면에선 그녀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을거에요! 정말 사랑스러웠죠. 

에밀리는 실비와 메들린 사이에서도 고민합니다. (에밀리, 탈모 안왔어요? 정말 대단하네요) 멘토로 삼고 싶은 훌륭한 상사냐, 처음부터 나를 키워준 고마운 선배냐... 그것이 문제로다! 결국 파리에서 본사가 철수하며 에밀리는 파리에 남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합니다. 실비는 사부아르를 떠나 우여곡절 끝에 아장스 그라토라는 새로운 마케팅 회사를 차리고, 이전 사옥도 되찾습니다. 에밀리가 실비와 함께 일하게 되는 과정이 참 흥미로웠습니다.

다시 에밀리의 사랑입니다. 다시 만난 앨피와의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에밀리. 어느 날 조약도 깨고 다시 만난 가브리엘을 뒤로한 채 심지어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는 카미유를 목격합니다. 가브리엘에게 말해야 하는게 아닐까 하고 고민하는 에밀리의 얼굴에서 가브리엘에 대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가브리엘은 더 가관입니다. 술에 취해 에밀리를 사랑하고 있음을, 아니 사실은 두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고 폭탄선언한 뒤 카미유에게 청혼하죠. 막장 드라마는 한국에서만 인기 있는게 아닌가봅니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3>의 마지막입니다. "파국이다" 저는 이 대사가 떠오르더군요. 카미유와 가브리엘은 마침내 결혼식을 올리게 되는데, 카미유가 결혼 서약 대신 가브리엘이 사랑하는 사람은 에밀리라며 충격 발표를 합니다. 이 삼각관계의 서사를 알게된 앨피는 배신감을 느끼고 떠납니다. 뭐, 이렇게 된거 이 드라마의 처음에 예상 했던데로 에밀리와 가브리엘이 이어지나 했는데... 카미유가 임신소식을 전하더라는 가브리엘의 대사로 시즌3의 마지막 에피소드가 끝납니다.

 

 

<에밀리 파리를 가다 시즌3> 등장인물 속으로

실비는 어떤 리더인가?

저는 에밀리가 어쩌면 실비의 덫에 걸린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사옥을 되찾기 위해 건물 관리인과 15년만에 식사하는 장면에서, 그리고 피에르 카도의 재기를 위해 파티장에 나타나게 하는 계획을 꾸민 장면에서... 그녀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눈길이 갔습니다. 그녀는 철저하게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람을 수단으로 이용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장이 되어서 마땅히 해야할 서류 작업도 힘들다고 다른 지방에서 일하는 남편을 불러오니까요. 그것도 애인이 있는 집에 말이죠. 지난 시즌에서는 그저 연륜과 노련미로 보였던 것들이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조금 다르게 보인건 저만 그런걸까요?

사부아르에 변화를 가져온 것도, 아장스 그라토의 기반을 마련한 것도 에밀리의 인플루언서 기질와 빛나는 아이디어 덕분인데 항상 sns의 영향력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도 조금 고집스러워 보입니다. 물론 이전 시즌에 비해 칭찬을 해주는 부분이 더 많아진 건 사실이지만, 회사까지 바뀌었는데 실비의 사업 마인드는 크게 변하지 않은것 같군요. '라 리스트' 사건에서도 에밀리를 인정하기 보다는 질투하는... 열등감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에밀리의 번뜩이는 감각은 자신 곁에 두고 싶어하는 것 같더군요. 자신의 고객사를 에밀리가 자꾸 빼앗아 간다는 줄리앵의 속상함 가득섞인 고민을 실비는 들은 척도 하지 않습니다. 줄리앵은 자기를 따라 운명을 함께한 충실한 직원인데도 말이죠.

한 사업체를 이끄는 리더로서의 면모 보다는 자신의 이익(물론 회사의 이익 포함)을 위해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실비를 에밀리는 존경한다고 표현하더군요. 그래서 그녀도 실비처럼 사랑에서 이리저리 오가는 혼란스러운 관계를 선택한 걸까요?

 

뤼크, 괴짜같지만 한방이 있는 철학자 아저씨

눈치도 없고, 아무도 웃지 않는 야한 농담만 하는. 심지어 비밀을 아무렇지 않게 폭로에서 다른 사람들을 곤경에 빠트리는 허우대 멀쩡한 아저씨, 뤼크. 하지만 꼭 한 번씩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문제의 실마리를 풀 수 있게끔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시즌1에서 에밀리가 사부아르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겉돌 때에도 그녀에게 다가가 파리 회사에서, 파리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을 귀뜸해준 것도 뤼크였죠. 줄리앵과 함께 독단적인 실비와 통통 튀는 에밀리 사이에서 중재하느라 애쓰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의 심오한 철학자 같은 면모에 반하게 되는 순간들이 매 시즌마다 있더라고요! 사실 현실세계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뛰어난 사람보다도 이렇게 분위기를 환기시켜 주며 공동체의 빈 구멍을 메꿔주는 뤼크같은 친구가 아닐까요?

 

가브리엘 vs 앨피, 당신의 선택은?

이 멋진 두 남자 사이에서 갈피를 못잡는 에밀리의 마음도 어쩌면 이해가 갑니다. 그녀는 지금 혼자 파리에 와있고, 당차게 해나가고 있지만 매번 어려운 과제가 주어지는 직장에서 숨가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모든게 낯선 이곳에서 익숙한 언어로 친절하게 도움을 준 가브리엘. 잘생기고 키도 크고, 몸매도 좋아보입니다. 무엇보다 다정하죠. 에밀리에게 도움이 필요한 순간, 어디에선가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줍니다. 사랑에 빠질수밖에 없는 조건이죠?

에밀리와 앨피는 어학원에서 만납니다. 조금이라도 프랑스어를 배워보려 애쓰는 에밀리와 달리 시큰둥해보이는 남자.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며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에밀리와 둘이 있을 땐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남자인 것 같아요. 말하기 전에 '음~' 하며 눈동자를 한 번 굴리는 에밀리와는 반대의 성향인 듯 합니다. 영국인답게 젠틀하고, 섹시한 남자 앨피. 그는 가브리엘과 달리 사랑에 있어서 맺고 끊음이 확실해 보입니다.

저는...앨피를 선택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제 눈엔 더 잘생기고 멋지고, 성격도 쿨해보이니까요! 그리고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말하는 모습에 끌립니다. 가브리엘과의 연애는 조금 불안할 것 같네요.

 

카미유, 걸크러쉬였던 그녀는 어디로?

아마 시즌3를 보신 분들은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다들 아실거에요... 우유부단한 에밀리와 달리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카미유. 그녀의 엄마가 계획했던 이상한 작전 때문이었을까요. 에밀리와 바람을 핀 가브리엘을 다시 차지하는 과정에서 카미유는 앞과 뒤가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급기야 그리스에서 온 예술가 소피와 바람을 피웁니다. 마지막 결혼식장 장면에서는 정말 시청자들이 충격을 많이 받았을 것 같아요. 자신의 상처를 일부러 부풀려 터뜨리는데 상대방 뿐만아니라 자기 스스로도 다치게 하는 파괴적인 결말을 맞이한 것 같습니다. 그녀는 왜 자신을 망치면서까지 가브리엘과 에밀리를 응징하려 했을까요?

 

룸메이트를 닮아가나? 민디

천방지축 에밀리의 파리생활에서 가장 큰 의지가 되었을 민디! 그녀는 중국의 큰 부자인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 혼자만의 힘으로 파리에서 살아갑니다. 좋아하는 노래를 시작하게 되었을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느꼈을 행복감과 뿌듯함! 공감하시죠? 매 시즌마다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참 매력적입니다. 밴드를 함께하며 만나게된 남자친구 브누아. 하지만 민디 혼자서만 클럽에서 정기적으로 노래를 부르게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아주 잘나가는 그녀의 동창생 니콜라가 등장하며 둘의 관계도 끝나고맙니다. 그런데 드라마 마지막 쯤에 갑자기 브누아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유로비전 콘테스트에 나가게 되었다며... 민디도 이제 두 남자 사이에서 고민하는 역할이 되는걸까요? 룸메이트인 에밀리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모습이 시즌4에 묘사될지 궁금해집니다.

 

에밀리의 MBTI, 그것이 알고싶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3>의 혼란스러운 이야기 전개와 다양한 인물군상을 보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더 에밀리를 생각합니다. 과연 그녀의 MBTI는 무엇일까요? 어느 해외 사이트에서는 그녀를 ESFJ라고 소개했습니다. E는 딱봐도 그럴거 같죠? 언제 어디서든 누구에게나 당돌하게 대화를 시도해 마케팅 계약을 따내는 그녀는 확실히 외향적인 면모가 강합니다. 차분하게 이성적 판단을 하기보다는 기분과 감정에 따라 그녀의 행동이 이리저리 바뀌는걸 보아, F인것도 공감이 되네요. 그런데 J, 계획형이라고요? 회사 일을 하면서 원래 계획이 실패했을 때, 번뜩이는 재치와 아이디어로 상황을 모면하는 에밀리를 보면 저는 P, 즉흥형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가끔 곤란한 상황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그녀의 일에 대한 열정은 24시간 활활 타오르고 있어서 긴박한 상황에서도 아주 멋진 제안을 내놓을 때가 많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나요?

사실 저는 대런스타의 전작<섹스 앤 더 시티> 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대단한 서사가 있지 않더라도, 영웅적인 인물이 나타나지 않아도, 심지어 결점 투성이의 인물들이 나와도 그것이 오히려 인간의 민낯을 자 보여주는것이라 생각해서 가끔 다시 보는 드라마입니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리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막장드라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인간의 욕망을 솔직하게 잘 표현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현실이 아니고, 드라마잖아요! 유쾌하게 사고치고 수습도 본인들이 하는... 우리는 "어머, 골 때린다"하며 지켜만 보면 되니 얼마나 마음 편합니까!  다만, 실제 프랑스 문화와 많이 다른 것들이 묘사된 점은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작가 조승연님과 파비앙님이 드라마 리뷰하며 대화를 나눈 유튜브를 참고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시즌4까지 제작 확정되었다고 하던데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벌어진 에피소드가 어떻게 수습될지 참 궁금합니다. 좌충우돌 에밀리의 파리 적응기 기대 되네요!